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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인의 삶'은 체제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인간이 체제를 어떻게 바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도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은 영화 속 등장하는 사건들이 그리 머나먼 옛날이야기,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인의 삶, 영화 정보
- 장르 : 드라마
- 개봉 : 2007년 3월 22일
- 등급 : 15세 관람가
- 국가 : 독일
- 러닝타임 : 137분
- 감독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 출연 : 울리히 뮤흐(비즐러 역), 세바스티안 코치(드라이만 역), 마르티나 게덱(크리스타 역)
줄거리
1984년 동독. 비밀 경찰 슈타지의 요원이자 대학 교수인 비즐러는 국가에 충성하는 유능한 감시자입니다. 그는 그의 친구이자 상관이 그루비츠로부터 연극을 함께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비즐러는 공연장에서 시인인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배우 크리스타, 그리고 문화부 장관인 햄프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드라이만이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결국 햄프 장관의 지시로 비즐러는 드라이만을 감시하게 됩니다.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집에 잠입하여 엄청난 도청 장치를 설치해 놓고, 냉철하게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 크리스타를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흔드는 그루비츠와 햄프 장관의 모습을 보고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햄프 장관은 사실 크리스타에게 흑심이 있었으며,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차지하고자 합니다. 비즐러는 점점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점점 타인의 삶에 관여합니다. 크리스타와 햄프 장관이 만나는 장면을 드라이만에게 알리기 위해 초인종 소리를 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드라이만은 그 장면을 목격하고도 침묵하며 그녀를 보호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비즐러는 마음이 조금씩 바뀝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관계를 맺고 있는 크리스타를 불쌍히 여기고 그녀에게 팬인 척 다가가서 당신은 위대한 예술가라는 말로 그녀를 위로합니다.
그는 점점 더 선을 넘기 시작하게 되고 드라이만 집에 몰래 들어가 브레히트의 시집을 갖고 와서 읽기도 합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시인, 극작가, 무대 연출가로 알려진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히틀러가 등장하기 전까지 독일의 주요 작가였지만, 나치 시대에는 그들의 정책을 무시하고 전쟁 후 동독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나 동독의 정책에 반대하는 비판적인 작품들을 썼지요. 브레히트의 시집을 읽으며 비즐러는 마음이 동요하는 것을 느낍니다. 당을 배반하고 비인간적인 고문을 통해 서독으로 망명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비즐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온당한가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드라이만은 동독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살에 관하여, 프로 예술가들의 자살 동기에 대한 글을 몰래 쓰게 되고 서독에서 출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는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차량 하나가 서독으로 갈 거라는 정보를 흘립니다. 검문을 당한다면 도청당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즐러는 그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드라이만은 국가안보국이 무능하다고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서독의 타자기로 글 작업을 하고, 타자기를 비밀장소에 숨기는데 그걸 크리스타가 보게 됩니다. 결국 드라이만의 글은 이름없는 작가의 글로 서독에서 출간되어 동독은 발칵 뒤집힙니다.
한편 햄프 장관은 크리스타가 복용하는 불법조제된 정신과 약물을 빌미로 크리스타를 잡아들이고, 비즐러는 그녀를 협박하여 타자기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서독에서 출간된 책의 저자를 드라이만이라고 의심한 것이지요. 하지만 비즐러는 누구보다 먼저 드라이만의 집에 잠입하여 타자기를 치워버립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크리스타는 죄책감에 달려오는 자동차에 뛰어 사망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즐러는 한직으로 물러나게 되고, 몇 년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여전히 드라이만은 유명한 예술가였고, 한 공연장에서 햄프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햄프에게 왜 자신은 도청당하지 않았냐고 묻자, 햄프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감시했다고 하지요. 집으로 돌아와 도청장치를 찾아낸 드라이만은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학술원이 된 슈타지 본부에서 자신의 자료를 열람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도청 내용이 사실대로 적혀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적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코드명으로 기록된 보고자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당장에 그를 찾아 나선 드라이만. 그러나 우체부 일을 하는 비즐러를 발견하고 먼발치에서만 보고 직접 만나지는 않습니다.
다시 몇 년 뒤, 드라이만의 신간이 나와 서점에 그의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비즐러는 길을 걷다가 서점에 붙어있는 드라이만의 사진을 보고 서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책의 첫 장을 넘기는데, 거기에 비즐러의 코드명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적혀있습니다. 드라이만은 자신을 살려준 비즐러에 대한 감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 글을 읽으며 비즐러는 작은 위로는 받습니다.
리뷰
타인의 삶은 뭔가 씁쓸하면서도 인간애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산다는 게 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삶을 옭죌수록 인간은 자유를 갈망합니다. 사상적 억압이 만연할수록 예술가들의 몸부림은 치열해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꼬마 비즐러의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꼬마가 비즐러에게 슈타지에서 일하는 게 맞냐고, 자기 아빠가 사람들을 잡아가는 사람이라고 그랬다는 아주 위험한 말을 하는데, 비즐러가 되묻습니다. "이름이 뭐야?" 평소의 그라면 아이 아빠의 이름을 알아내고 험한 일을 당하게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고 꼬마가 들고 있는 공의 이름이 뭐냐고 하지요. 냉철했던 그가 점점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지요. 타인의 삶을 감시하면서 그들의 삶에 개입을 하지만, 결국은 진짜 자신의 삶을 깨닫게 되는 비즐러. 선택의 결과 그는 초라한 삶을 살고 있지만, 드라이만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드라이만의 예술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주인공 비즐러 역할을 맡은 배우 울리히 뮤흐의 절제된 연기도 돋보입니다. 안타깝게도 영화 개봉 이후 암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슈타지 요원으로서 차가운 모습과 점점 변해가는 표정 연기는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합니다. 꼭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