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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 코디미 / 일본 / 102분
- 2007년 8월 개봉
- 등급 : 전체관람가
-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주연 : 고바야시 사토미(사치에 역), 카타기리 하이리(미도리 역), 모타이 마사코(마사코 역)
핀란드 항구도시 갈매기 식당
핀란드 항구 도시에 '카모메 식당'이 있습니다. 이 카모메 식당의 주인은 일본인 사치에입니다. 일본말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으로 항구에 갈매기가 많아서 카모메 식당으로 지은 듯 합니다. 주메뉴는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입니다만, 식당에는 파리만 날릴 뿐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치에는 매일매일 손님을 기다리며 아침마다 부지런히 컵을 깨끗하게 닦습니다. 그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동네 할머니들. 그러나 밖에서 안을 훔쳐보며 동양 여자를 궁금해할 뿐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사치에는 그녀들의 시선을 환한 미소로 여유롭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토미가 첫 손님으로 카모메 식당을 찾게 되고 사치에에게 갓챠맨의 가사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사치에는 갓챠맨의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가사가 막히게 됩니다. 사치에는 계속 입에서만 맴도는 가사를 생각하려 애쓰고, 동네 서점을 들렀을 때 다른 테이블에서 무민의 골짜기를 읽고 있는 일본 여자 미도리를 발견하곤 그녀에게 갓챠맨의 가사를 물어봅니다. 미도리는 흔쾌히 갓챠맨의 가사를 알려주고, 둘은 함께 카모메 식당으로 오게 됩니다. 그 뒤, 식당에서 함께 일을 합니다. 그리고 카모메 식당을 노려보는 또 다른 중년의 (핀란드) 사연녀. 무슨 사연으로 날마다 밖에서 카모메 식당에서 일하는 사치에와 미도리를 노려만 보고 가는 걸까요? 어느 날, 중년의 사연녀 옆에 또 다른 중년의 동양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사코. 마사코는 출국하는 날, 가방을 잃어버려 핀란드를 떠나지 못하고 카모메 식당을 자주 찾습니다. 하루는 마침내 결심한 듯 사연녀가 카모메 식당 안으로 들어와 보드카를 찾고 사치에와 대결을 하다가 뻗어버립니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는 그 사연녀를 업고 그녀의 집에 데려다줍니다. 그 사연녀는 일본의 저주의 주문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렇게 카모메 식당에는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마침내 식당 안이 북적이기까지 합니다. 식당이 쉬는 날,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네 여자. 모두가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사치에는 참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입니다. 또한 야무지고 당당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역만리 핀란드에서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를 메뉴로 내놓고 식당을 할 생각을 하지요. 파리만 날릴 뿐 손님이 없어도 걱정하지 않고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내일을 준비하지요. 또한 카모메 식당을 근사한 레스토랑이 아닌, 가볍게 들러서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동네 식당으로 만들고 싶어 한 것을 보면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카모메 식당에는 결국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도리는 체구가 남자처럼 큰데, 사실 마음은 몹시 여린 여자인듯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엉뚱하기도 합니다. 핀란드에 관광을 온 게 아니라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눈을 감은 뒤 아무 데나 찍었는데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라서 핀란드로 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사치에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으며 눈물을 터뜨리고, 사치에에게 생판 남인 자기를 왜 받아주었냐고 묻는 걸 보면 마음 깊은 곳에 외로움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지도 하나 펼친 뒤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찍은 그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 그건 참 부럽습니다. 사치에가 미도리에게 갓챠맨의 가사를 아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하는데요, 저는 '무민의 골짜기'를 읽고 있는 미도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요.
핀란드인인 것 같은 사연녀는 일본인 남편 때문에 속을 매우 끓이고 있는 듯 합니다. 일본 주문 중에 저주의 주문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까요. 그 사연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질문이 너무 함축적이라 어쩐지 애잔하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마사코는 출국날 가방을 잃어버려 핀란드를 떠나지 못하고 카모메 식당을 자주 찾습니다. 그녀는 항구에서 전화기에 대고 '내 짐을 아직 못 찾았습니까?'하고 묻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질문이 어쩐지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게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이 버려도 되는 것인데 집착을 하는 건지, 아니면 꼭 찾아야 하는 것인지를 한번 더 생각하게 했습니다.
리뷰
이 영화는 담담하고 소박하고 잔잔하고 유머러스합니다. 그 유머는 왁자지껄하지 않습니다. 그냥 마음이 따뜻해 지는 유머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내릴 때,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 '코피 루왁'을 외운다든지 하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사실 커피는 남이 타 준 게 제일 맛있지요. 밥도 남이 해 준 밥이 가장 맛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치에게 커피를 타면서 '코피 루왁'을 주문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는 커다란 사건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날마다 조금씩 변합니다. 그리고 '여유'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는 잠깐 여유 있게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사치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이 끝나는 날엔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술 한 잔 하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고. 저 또한 '함께 밥을 먹는다'는 문장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십여 년 전에 처음 보았는데, 그때 루왁 커피를 알게 해 준 영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