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글루미 선데이. 우리말로 우울한 일요일이죠.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진지합니다. 진지하다는 것은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다는 뜻이 아닐까 해요.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운 영화! 탄탄한 스토리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영화! 영화가 끝나고 긴 여운이 남아서 한동안 다른 일을 못하게 하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소개합니다.
영화 정보
- 개봉 : 2000년 10월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 감독 : 롤프 슈벨
- 배우 : 조아킴 크롤(자보 역), 에리카 마로잔(일로나 역), 스테파노 디오니시(안드라스 역), 벤 벡커(한스 역)
- 국가 : 독일, 헝가리
- 러닝타임 : 114분
글루미 선데이, 줄거리
1999년, 독일의 한 사업가가 80세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레스토랑 '자보'를 방문합니다. 그는 레스토랑을 둘러보다가 미모의 여인 사진이 있는 액자에 눈이 머뭅니다. 오래된 사진으로 아마 무슨 추억이라도 깃들어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먹었던 비프롤을 먹으며 자신이 요청한 음악을 듣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그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영화는 미모의 여인이 찍힌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과거로 갑니다.
1930년대. 다정한 남자 자보는 그의 아름다운 연인 일로나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레스토랑 '자보'를 운영합니다. 자보의 레스토랑은 음식도 맛있지만, 일로나를 보기 위해 찾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새로 고용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또한 일로나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이를 눈치챈 자보는 일로나에게 청혼을 하지만 일로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합니다. 자보는 그녀의 생일 선물로 보석이 박힌 고급 핀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젊고 가난한 안드라스는 자기가 줄 것은 음악 밖에 없다며 일로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작곡 '글루미 선데이'를 연주합니다. 마침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 자신의 생일과 일로나의 생일이 같다는 걸 알게 된 한스는 선물로 당시로는 흔치 않은 사진 촬영을 해줍니다. 이렇게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업시간이 끝나고 한스는 일로나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실의에 빠집니다. 그리고 자보는 일로나가 젊은 안드라스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결정은 언제나 자유라고 하며 일로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결국 일로나의 마음은 안드라스를 향하고 센치니 다리에서 마주하고 키스를 나눕니다. 한편 실의에 빠진 한스는 강에 빠지려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자보가 간신히 한스를 구합니다. 한스는 자보에게 생명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하고 독일로 떠납니다. 은혜를 갚겠다는 말이 참 의미심장합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연인을 빼앗긴 자보. 시장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자보는 일로나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를 채워주는 것과 내가 갈망하는 것. 자보는 일로나가 가난해질 것을 자신이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셋이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녀를 완전히 잃느니, 한 부분이라도 가지겠다고 하죠. 일로나는 안드라스를 사랑하고, 안드라스와 자보는 둘 다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셋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합니다.
그리고 안드라스의 자작곡 '글루미 선데이'는 앨범으로 발매되어 큰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저주의 노래라고 불리는 스캔들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안드라스는 매우 고통스러워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부다페스트는 나치에 의해 점령당합니다. 이때 일로나를 사랑했던 또 다른 남자 한스가 독일군 대령이 되어 레스토랑을 찾아옵니다. 그러나 순수했던 청년 한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익과 실속만 차리려고 합니다. 한스는 건방지고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유대인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합니다. 안드라스는 복잡했던 심경에 안드라스의 모욕적인 태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하고 맙니다.
자보는 '글루미 선데이'의 메시지를 알 것 같다고 하지요. 한 줌의 존엄으로 우리는 최대한 버틸 수 있으며,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세상을 떠나는 게 낫다고 하죠. 자보는 유대인으로서 힘들어진 삶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일로나는 자보의 우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안아주고 평생을 함께 하고자 결심합니다. 자보는 안드라스가 남긴 독약으로 자살하려 했지만 그러기 전에 잡혀갑니다. 일로나는 한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한스가 원하는 것은 일로나였습니다. 일로나는 자보를 살리기 위해 몸을 내 던지지만, 오만하고 비열한 한스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자보 때신 자신에게 도움이 될 박사를 구해주는 것으로 일로나를 배신합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의 은인인 자보 마저 배신합니다. 자보는 결국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서 생을 마감합니다.
영화는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레스토랑에서 죽은 노인은 유대인의 영웅으로 불리는 한스. 라디오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1천 명의 유대인을 구해낸 한스의 이력이 흘러나옵니다.
설거지 하는 늙은 여인의 손에 안드라스가 남긴 독약 병이 보입니다. 그녀의 아들이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고 둘은 껴안습니다. 카메라는 그녀의 뒷모습을 비추는 그녀의 머리에는 자보가 선물한 핀이 꽂혀있습니다. 늙은 여인은 바로 일로나입니다.
리뷰
글루미 선데이는 헝가리가 심각한 혼란에 빠졌던 시기에 발표된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고, 글루미 선데이의 음울한 선율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글루미 선데이는 레조 세레스가 작곡한 유명한 음악입니다. 그런데 발매 8주 만에 187명이 자살하고 음악을 틀었던 멤버들도 자살했다는군요. 레조 세레스도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글루미 선데이는 저주받은 노래로 불렸고, 영화 글루미 선데이로도 각색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 때문이었을까요? 이 영화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는데 신비로운 선율이 한몫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 뒤 생각해 보니 이 영화는자살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자보가 말한 대로 '존엄성'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존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존엄성이 무너졌다고 느길 때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지요. 안드라스가 자살을 한 이유도, 한스에게 모욕을 당한 이후 자신의 존엄성이 무너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보 또한 존엄성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순간, 자살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일로나는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일로나는 존엄성이 무너지지 않았을까요? 그녀 또한 존엄성이 무너지는, 한스에 의해 짓밟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결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떠한 상황에서도 존엄성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멜랑꼴리한 기분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 영화를 보면 더욱 감성에 푹 젖을 듯해요. 추천!!